혁신 금융 기술과 선 순환 4차 산업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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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진흥원 연속 기획 컬럼 5호

2019년 8월 22일

GIST 이흥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센서지능화 센터장/블록체인경제 센터장

 

필자의 연속 기획 칼럼의 목적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이슈 연구와 정책 방향 제시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는 매우 익숙하다. 지난 고에서 다루었던 바와 같이 2016년부터 이 화두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수 많은 기술 및 정책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본 고에서는 과연 우리가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가 점검해 보고자 한다. 2019년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 ‘도대체 뭣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의 대비 상태를 점검해 보고, 혹시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펴 보고, 보완해 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 지원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기술 및 연구개발, 창업지원, 생태계 구축 부분 등으로 잘 진행되어 왔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를, 과기부에 혁신본부를 만들었고, 중기청을 중기부로 승격하였다. 2019년 8월 21일자 보도자료 <AI등 혁신인재 20만명 키운다> 에 의하면, 정부는 미래 자동차, 시스템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 내년 4조7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고, 5년간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일할 혁신 인재도 20만 명 양성하기로 했다, 또한 광주광역시와 지스트가 함께 추진했던 AI 중심 융복합단지 조성사업, AI가 적용된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 사업 등 올해 8123억원에서 내년 1조600억원으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8월 15일 722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중장년창업과 기술창업 지원에 투입하고 창업아이템 개발과 지식재산권 출원과 등록,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전담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는 <기술독립군>이라는 기업체모임이 생겨났다. 인공지능/빅데이터/스마트팩토리 등의 기술 기업들이 모여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지스트, 카이스트, 서울대학 등 주요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교과목 개설이 대폭 늘어났고, 인공지능 관련 교원이 확보되었으며, 석 박사 과정 학생들이 육성되고 있다. 과기부의 지원으로 매년 수 백억씩 예산이 투여되는 <인공지능 대학원> 사업도 만들어 졌다. 즉,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새로운 기술 개발, 교육 프로그램 개발, 기술 인력 양성 계획들이 정부 차원에서, 부처 차원에서, 대학 차원에서, 지자체 차원, 기업체 차원에서 속속 만들어져 왔다고 본다.

 

위와 같은 폭넓은 지원에도, 아직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그게 뭘까? 기술 편식이 우려된다. 너무 구글, 아마존닷컴, Facebook, Tesla 스럽다. 이들 기업이 사라지는 미래를 대비하는게 안 보인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TransHuman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미래 인류 모습, 그런 미래 속에서 세계 경제를 선도할 우리 기업의 미래가 엿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남의 것을 좇아가는 과학기술개발에 예산을 쓰고 경제적 성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확보하고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이 있어도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고 1조 이상 기업가치를 일구어내는 유니콘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세계화로 인한 극심한 경쟁으로 아무리 우수한 과학기술이더라도, 개발 그 자체만으로 경제적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세계를 선도해야 하는 선도형 경제에서는, 창의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창의성은 경쟁을 통해 양육 된다. 광주의 인공지능 집적 단지 조성사업이 기업군 육성을 목표로 한 이유다. 인공지능이라는 공통 요소를 갖고 있는 이들 기업들이 서로 경쟁한다. 이들 중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한 극소수의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 투자자 측면에서는 대/중/소 규모의 회수가 가능한 투자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건전한 투자시장이 존재해야, 생태계가 나아가 그 속에 속한 기업이 성장한다.

 

우리의 현실이 만만치 않다. 성장과 분배 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성장이멈춘 현실 속에서 진보와 보수, 수도권과 지방,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 되어왔다. 우리는 이미 고령 사회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젊은이들은 적게 일하고 크게 보상받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저금리 시대에 돈과 자산의 여유를 가진 고령자는 양질의 투자처가 필요하다. 인적 물적 자원이 극히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왔다.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하고, 전 국토를 활용하지 못 한데서 오는 경쟁력 약화, 다양성 부족이 생긴다. 부동산과 채권 시장 등에 금융 자원이 집중되고, 자산 가치가 상승하나, 임금의 성장은 없고, 소득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창업기업이 지속적인 투자금 확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성장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퇴보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국가 예산을 매우 귀중하게 써야 하는 이유다.

 

나는 2019년 현재, 우리의 AI, 5G 등 전통적 과학기술 지원정책은 편중되어 있다고 본다. 창업지원을 계속해 왔지만, 구글/아마존을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 정부 지원으로 단기 일자리와 세금 먹는 좀비 기업이 양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인공지능기술 개발, 스마트시티, 집적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한 예산 사용 계획은 기술만 나열되어 있을 뿐, 어떻게 경제가 선순환 되어 세금 내는 기업이 만들 어 질 것인지에 관한 보고는 없다.

 

경제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성장과 분배다. 첫 째, 미래 성장 분야에 창업기업군을 만들고 이 기업군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둘 째, 신성장동력으로 확보한 성과를 고르게 나누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즉 혁신성장 과 포용적 분배다. 성장과 분배는 서로 극명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다. 양과 음이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지속성을 확보한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이론적 토대는 Multistakeholder Decision Theory(MDT) 에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을 우리에게 던졌던 Klaus Schwab은 이 분야의 논문으로 1971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MDT의 실천을 위해 World Economic Forum을 만들었다.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그 그룹/대학/기업/국가/세계가 성장과 번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나 만의 이익을 구하지 않아야 한다. MDT로 의사를 결정하는 사회는 신뢰 사회다. 서로 반목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진위조차 의심하는 사회는 불신 사회다. 불신사회에는 협력이 안된다. 각자도생 할 수 밖에 없다. 변화가 빠르고 깊은 4차 산업시대에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 둘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시켜 주는 4000년 된 기술이 있다. 바로 금융기술이다. 금융은 현재와 미래,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다. 이러한 관계의 공통점은 불확실성의 극복이다. 오늘 빌리고 내일 갚는 것이다. 되갚는 시점이 깊숙한 미래에 위치할수록 불확실성은 커진다. 혁신은 불확실성과 그에 따르는 Risk를 극복할 때 일어난다. 불확실성 극복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자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Money Changes Everything: How Finance Made Civilization Possible
(2016)의 저자 Yale대학 Goetzmann 교수는 최근 “4000 years of fintech”라는 강연에서, “금융은 문명을 가능케한 기술이라”고 소개한다. 숫자와 문자 조차 없었던 때에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점토판과 쐐기문자를 사용하여 장부를 만들어 썼고, 상품 및 가치 있는 것들의 이전을 기록하였다. 오늘 빌려 쓰고 미래에 갚는 금융계약서를 만들었다. 돈과 금융은 기술이다. 이 기술이 분업과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홍수와 가뭄 등 미래의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문명화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에 하나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출현을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았다. 블록체인은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유지하는 공개 장부이고, 공개 장부 기록을 통해 금전 및 가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제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에 대한 정부의 묻지마 투자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놀랍고 새로운 기술은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몇 안되는 소수 기술 군에 과도하게 집중하면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형 금융시스템을 담을 수 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도 가져왔다. AI 등 과학기술 기반 창업을 미래형 금융 기술과 만나게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 시키며, 대한민국의 경제가 지속 성장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혁신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롤모델을 만들어 MDT의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본 고를 선순환 4차 산업 경제 5년 계획을 제안함으로 마치고자 한다. 유니콘기업 육성을 위해 암호화폐 기반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신속한 국내외 투자금 확보와 혁신성장성과의 자유민주적 배분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투여 예산 및 성과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5년간 혁신 펀드 1조원을 조성한다. 이 펀드를 마중물 삼아 국내 민자 1조원을, 해외 투자금을 3조원을 확보한다. 이 돈은 모두 과학기술원 기술기반 창업기업에만 투자 되도록 한다. 5조원의 투자금은 평균적으로 각 기업에 5년간 총액 50억씩 투자될 수 있다. 즉 총 1000개의 기술 기업이 육성되는 것이다. 성공률을 1%로 정도로 작게 잡아도, 5년 내에 유니콘 기업이 10개 탄생한다. 유니콘 업체당 최소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므로, 총 10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는 신생 기업군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