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보다 암호화폐다!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연속기획 컬럼 4호
2019년 5월 26일
GIST 이흥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센서지능화 센터장
블록체인경제 센터장
4차 산업혁명의 뜨거운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게 2016년 초엽이었다. 근대에는 화약제조, 총기, 자동차, 비행기, 조선술 등의 기술혁신에서 뒤처지면 나라를 빼앗겼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전기전자, 컴퓨터, 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선도하지 못하고 뒤처지게 되면, 외국계 글로벌기업이 우리시장에 들어와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한다.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수익을 거두어 자국으로 가져가 버리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는 전쟁에 버금가는 혼란을 가져다준다. 구글의 알파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이세돌을 격파하는 것을 목도한 이후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뜨겁게 빠져들었다.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대비책 강구할 수 있게 되었다. 최저임금이 크게 높아지고 일터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본다. 주방에만 일하는 사람이 있는 식당과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주문과 결제를 담당하던 직원은 전기료만 내면 작동하는 스크린 화면이 대체한다. 주방직원도 곧 로봇이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이런 것들을 통해 5G와 6G, 각종 센서들의 개발, 그것들이 연결된 Internet of things 세상이 주도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본 고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분야는 그러나 AI가 아니다. 서구 구라파가 주도하고 있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요성을 아직도 잘 인식하지 못 하는 중요한 분야가 있다. AI와 로봇 산업의 경제규모보다 최소 수십배 넘게 능가하게 될 이 분야는 바로 암호화폐가 주도하는 화폐경제다. 이는 몇몇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인사들의 커다란 영향력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정부는 블록체인은 육성해야 한다고 하나, 암호화폐는 경시한다. 그러나 암호화폐 산업이야말로 우리가 인력과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적 관점에서 절치부심하고 깊게 연구해야 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에 핵심 분야이다.
4차 산업은 우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전제된다. 우리는 AI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거기서부터 생각해 보자. AI는 스스로 학습한다. 그런데 학습을 무엇으로 하나?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는 어디서 오나? 세상에서 온다. 세상에서 감지되는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어주는 센서들이 만든다. 가령, 카메라는 빛의 신호를 디지털화하여 데이터로 바꾸어준다. 음성신호를 양자화하여 음성데이터로 바꾼다.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학습하여 AI는 성장한다. 즉 AI는 존재감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커지게 된다. 디지털화 없이 AI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세상의 모든 것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팩토리가 디지털화 한다. 학교가 디지털화한다. 병원이, 관공서가, 도시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한다. 어떻게? 바로 Internet of things에 의해서다. 실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 되고 나면, 디지털 객체들 간에는 서로 5G로 연결되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이 데이터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분석하고, 연결된 객체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세상에 적응하게 되면, 그 안에서 행동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을 다변화하거나 또는 최적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스마트시티 담론에서 논의되는 것들을 보라. 맟춤형 공장, 맟춤형 교실, 맟춤형 병원 등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달리해 주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교실, 스마트병원, 스마트빌딩, 스마트교통 등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도시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거쳐 스마트화되면 스마트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스마트 도시의 전제는 바로 모든 것의 디지털화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디지털화하여, 디지털 아바타가 생기고, 그것들이 서로 데이터로 교환을 통해 상호작용하게 되는 디지털 세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실물 세상과 그것과 대응되는 아바타 세상의 탄생이다. 영화 Matrix에서 보았던 바로 그런 디지털 세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자아들, 로봇과 아바타 들이 활약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떻게 객체 간에 상호 연결되고 소통하여 조화롭게 작동하게 될까? 개발자가 모든 것들을 일일이 다 프로그램 해주어야만 할까? 그러기에는 이런 thing들이 너무 많다. 아마도 디지털 객체들에게 몇 가지 룰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그들 간의 경제 즉 Things Economy에 맡겨지게 될 것이다.
Things Economy를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잘 작동하는 디지털 화폐의 출연이 필연적이된다. 바로 로봇이코노미, 아바타이코노미가 잘 돌아가도록 화폐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각 객체는 각자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그 대금을 지급한다. 다른 객체와 계약을 맺고 협력한다. 이코노미는 이런 객체들이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그 댓가를 지불할 통화가 있어야 잘 돌아가게 된다. 필자는 이런 세상이 곧 임박하리라고 예견하고 있다. CryptoKitties라는 “고양이 키우기“ 게임이 Ethereum이라는 플랫폼에 올려졌다. 2017년에 론칭했을 당시, 한 마리 고양이가 일억원이 넘는 값에 팔리기도 했다. 2018년에는 약 1백만 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만들어져서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시장의 경제는 암호화폐 Ethereum이 담당하고 있다.
5G와 6G 통신 네트워크는 통신속도의 비약적인 증가를 의미한다. 지금의 통신속도보다 100배에서 1000배쯤 더 빠르게 사람과 사람이 또한 thing과 사람이, thing과 thing들이 서로 연결될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는 인간이 아바타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하는 경험이 더욱 풍성해진다. James Cameron‘s Avatar를 보면, Jake Sully라는 윌체어에 의존하는퇴역군인이 머나 먼 우주의 한 행성에 파견되어 그 행성과 그 행성의 인류를 침략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펼치는 활약상을 볼 수 있다. 소위 Remote 로봇 혹은 아바타의 몸을 빌려 Sully는 현실 세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각, 청각, 냄새를 맡는 후각, 피부를 통한 촉각, 혀를 이용한 미각, 만져보는 것을 실현한 헵틱스 등의 감각신호 센서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센서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고속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타고 현장에서 날아와 우리의 뇌로 전달되면 뇌를 속일 수 있게 된다. 바로 우리의 몸이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현실감을 줄 수 있게 된다.
현대경제의 경쟁력은 국가통화가 발행한 통화경쟁력에 좌우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화폐 세상이 온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국가 혹은 국경이 의미가 없게 된다. 앞서 열거한 디지털 세상의 경제 규모가 현실 세상의 것보다 수십 배 혹은 수 백배 더 커질 수 있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디지털 화폐의 경쟁력을 누가 확보할 것인가? 어쩌면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점은 세계경제의 현재 상태를 살펴보면 엿볼 수 있다.
붙임에 그림은 <Monetary Policy와 화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학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칠판에 그렸던 것이다. 이 그림은 왜 우리가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시대적 필요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경각심을 준다.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갖고 있는 나라다. 필요한 건 모두 사서 쓴다. 대금은 달러로 지급한다. 달러가 모자라면 그냥 만든다. 어떻게? Account에 들어있는 밸런스를 늘리면 된다. 누가? Federal Reserve Board(FED)가. 예전에는 국채를 발행하고 달러를 찍어냈다. 2008년 이후로는 그냥 양적완화(QE)하여 컴퓨터 속 숫자를 늘린다. 이렇게 만든 달러로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한다. 이자율을 0.0%에 가깝게 만든다. 나아가 은행이 대출을 통해 만들어 내는 신용통화가 FED가 늘려준 밸런스의 10배가량 창출된다. 즉 FED가 만든 Monetary Base 증가액이 2 Trillion USD였다. 이때 시장에 풀려나가게 되는 신용통화는 대략 10배인 20 Trillion USD. 미국의 국가총생산량 GDP가 20 TUSD이다.
중국, 한국 등은 실물경제로 돌아가는 나라다. 수출로 경제 성장한다. 수출 품목은 핸폰,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 이런 것들을 미국에 팔고 대금으로 달러를 받는다. 달러 위기가 올까 봐서 달러를 잔뜩 비축해 놓는다. 그래도 남는 것은 미국 국채를 사 놓는다.
위 두 문단을 요약하면 물건은 미국으로 들어가 소비되고, 달러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저렇게 퍼져 나간 달러가 어디로 갔나? 대부분 화폐경제 부분으로 흘러 들어가 주식버블, 부동산버블을 일으켰다 [네덜란드중앙은행].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부가 증식된다.
버블경제에서는 저축은 장려되지 않는다. 왜? 이자률이 낮아서 은행에 넣어놓으면 오히려 손해가 된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지니까. 빚을 얻어서라도 자산을 사 놓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올라가니깐. 저축하라고 하기보다는 빚을 내서라도 자꾸만 소비하라고 말한다. ‘소비가 생산‘이라고 한다. 부의 편중이 극심 해진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얻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것들이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QE관련, FED관련, Modern Monetary Theory관련한 대한 필자의 짧은 생각이었다.
2015년 5월에 World Economic Forum은 다음과 같은 암호화폐에 관한 전망을 내어 놓았다. “2023년이 되면 암호화폐로 세금을 받는 나라가 나올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유럽에 이미 세금을 암호화폐로 징수하는 나라가 나타났다. “2027년이 되면 전세계 GDP 10%가 암호화폐에 저장될 것이다.“ 10년 내로 암호화폐가 안정화 되고 전 세계의 결제대금으로 등장한다는 예견이다. 앞으로는 Bitcoin으로 수출대금을 결제해 달라고 할 수 있게 된다. 그 때에도 미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달러패권을 휘두르고 여전히 전세계에 ‘소비경제‘를 주장하고 수용할 것을 윽박지를 수 있을까?
2019년 현재 암호화폐 세계에는 분명 명과 암이 있다. 어두운 부분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탈세, 테러자금조달, 유사수신행위, 투기 등이 떠오르는 것이다. 세계 금융 강국도 미국도 이런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건 기술의 부작용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만드는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선진국은 포용금융과 로봇이코노미 등 암호화폐가 만들어 가게 될 미래에 주목한다. 부작용 방지를 위한 시장계도를 통해 건전한 시장을 육성하고 미래를 선도하게 될 암호화폐 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전력을 다한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은 이미 기축통화를 확보한 나라들이다. 이들이 열심을 다해 암호화폐산업을 육성하고 연구한다. 한국은 현재까지 KRW의 국제결제대금통화로써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다. 위에 열거한 선진국이 찍어낸 가치 없는 숫자를 결제대금으로 받고 물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그 대가로 인플레이션 위험 등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하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지털 시대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화폐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고.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폐 시장에 주목해야만 할 때이다.
끝.